러시아어 4개국어 하다

독일 출장 중에 하루는 레스토랑에 밥을 먹으러 갔다. 그곳이 특이했던 게 식판을 들고 가서 어떤 음식을 먹을지 주문을 하면 그 자리 눈앞에서 바로 요리를 해서 바로 내주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신기했던 것은 재료가 특별한 것도 없고, 단시간에 5분 이내 적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냈다. 러시아어 4개국어를 하며 내가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원리였다.

같은 책과 같은 것으로 공부해도 어떤 사람들은 적은 재료들만 가지고 문장을 만들어서 말을 만들어 내고, 4개국어 이상 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재료가 아무리 많아도 러시아어 말을 못 한다. 이 문제가 나에게도 있었다. 해결을 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더 이상 진도를 나간다 하더라도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에게는 ‘공부를 잘 가리키는 사람 = 떠먹여 주는 사람’이라는 공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게 그대로 시장에도 반영이 되었고 지금은 러시아어를 잘 떠먹여 주는 사람만 많아졌다. 그래서 나온 슬로건이 있다. ‘여러분 우리 모두 쉽고! 재미있게!’ 난 이런 것부터 재켜 버렸다.

그리고 기존에 있던 모든 것들을 다 부숴 버리고 다시 새로 짓기 시작했다. 마치 체스를 두듯 하나하나 알고리즘 적으로 무엇이 어디에서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를 적립해 나가기 시작하자 러시아어가 터지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 상황을 보면 시장에는 러시아어 공부법 등을 알려 주거나 왜? 무엇을? 어떻게? 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 주는 사람은 없다.

‘여러분들을 위해 오늘 러시아어 이걸 준비했어요~ 하나씩 제가 입에 직접 떠서 먹여 드릴게요~’ 4개국어나 언어 다섯 개를 공부하다 보면, 죄다 이런 것들만 보인다. 거기에 익숙해지다 보면 사고를 못하게 된다. 내가 중국 교환 학생 시절 유럽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내가 그들의 스타강사였기 때문이다.

유럽 친구들이 어떤 식으로 언어에 접근을 해야 하며, 외국어 도전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공부법을 알려 줬다. 즉 러시아어 사냥법을 가르쳤다. 입소문이 났고, 내가 독서 룸에 들어가면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4개국어 이상의 다섯 개 국어에 대한 짬밥이 있었기에, 언제 무엇을 방법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 준 것이다.

유럽과 한국의 러시아어 및 4개국어 공부법이 차이가 나는 부분을 정확히 알게 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어 와 4개국어 동사에 대해 알아와라!’리포트가 나가면 유럽 친구들은 이 자료를 찾기 위해 머릿속에 자료를 어디서 찾을지, 자료로 어떻게 쓸지를 생각한다면, 한국 학생들의 경우 남이 어떻게 썼는지 찾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아 이런 식으로 써야 하는구나’ 그러고는 이전에 있던 것에 조금만 더 업그레이드를 해서 쓴다.

반면 그 친구들은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키우기가 우선시 된다. 즉 지혜가 우선이다. 우리는 지식이 우선인 것이다. 지혜는 처리 능력이다. 문제는 러시아어를 이렇게 지식 중심 달달하게 할 경우 재료는 많은데, 활용을 못하는 내 장롱 속 아이패드가 되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