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공부를 매우 했고, 거기에 대한 후회나 원망은 단 1도 없다. 공부를 못함으로 인해서 어쩌다 보니 내가 다녀야 할 대학은 충청지역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남들 다 지하철 상행선을 타고 올라갈 때, 나는 건너편에서 하행선을 탔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직장도 상행선을 못 타고 하행선을 타면 진짜 돌아 버릴 것 같았다. 누가 나에게 그랬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그때 나는 서울보다는 더 큰 꿈이 있었다. 학벌이 지방대, 흔히 나쁜 말로 게 잡대라고 하지만 학벌을 뒤집고 나는 해외로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도 해외에서 폼 나게 살고, 폼 나게 일해보고 싶었다. 5개국어를 구사해 보고 싶었고, 그중 영어나 중국어 아니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등 하나를 정해서 그 나라에서 일해 보고 싶었다. 그 염원은 정말 강력했다.
그 염원이 강력했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정환경 때문이었다. 내가 대학생 때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가정환경을 바꿀 수 없었다. 아버지 사업 실패, 부모님의 부부 싸움 내가 뭘 어쩔 수가 없는 환경들이었다. 그리고 항상 그 불똥은 나에게 튀었다.
중국어 공부를 하며, 영어 공부를 하며, 중국어 공부를 하며, 러시아어 공부를 하며, 프랑스어 공부를 하며, 독일어 공부를 하며 빌고 또 빌었다. 이 거지 같은 상황에서 제발 벗어나게 해달라고.
내가 살려면 이 주옥같은 집을 탈출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늘 가정이 화목하고 자가가 있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다. 자기만 공부 잘해서 그 집 빠져나가면 되는 것이니까.
그래서 나는 집을 매우 싫어한다. 집에 최대한 늦게 들어간다. 내가 밖에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말이다. 그래서 집 밖에 나와서 카페에서 영어 공부, 중국어 공부, 프랑스어 공부, 독일어 공부, 러시아어 공부를 했다.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로 5개국어를 채우는 것은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영어, 일본어, 중국어나 아니면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으로 채우게 되면 그나마 쉬울 텐데 완전히 다른 언어들을 공부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내가 직접 쓰려고 만든 뇌과학 툴로 동시에 척척해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이 과정을 하고 나서도 그리고 하면서도 느낀 게 있다.
“영어 하나도 힘든데 다른 제2외국어 공부는 어떻게 해요!” 이런 말을 듣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다 학사 하나 나오기도 힘든데 그럼 석박사는 왜 하며, 학사 들어가기도 힘든데 국영수 사교육은 왜 받아서 좋은 대학 가려 하는가?
영어의 영도 모르던 나에게 그렇게 5개국어 자격증이 생겼고, 3개국어 자격증이 생길 때 부터 이미 날아 다니기 시작을 했다. 대한항공에 취직했다. 그것도 아무것도 없이 무연고인 독일로 무작정 날아가서 말이다.
얼마전 대한항공 식구들과 대리님을 만났다. 대리님과 몇시간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대리님께서는 그때 내가 일 하던 당시 일이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즐거웠다고 하셨다.
영어를 못 했으나 나중에는 영어 공부, 러시아어 공부, 중국어 공부, 독일어 공부, 프랑스어 공부까지 두개에서 5개국어로 늘어 나게 되었고, 그 여정 중에 다국어로 정말 많은 것들을 얻었다.
나는 당장 그 주옥 같은 일상과 상황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고 싶었고, 그때 부터 영어,중국어,프랑스어,독일어, 러시아어 이렇게 총 5개국어 덕에 그 상황에서 벗어났다. 사람들이 많이 물어 보는 것중 하나가 왜 하필 외국어였는지 물어 본다.
외국어를 하면 우선 집과 멀어 질 수 있다. 해외로 가서 일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외국어는 어디에나 도움이 된다. 뭘 하던 외국어가 들어가면 일을 구하거나 일을 할 수 있는 반경 자체가 대륙으로 바뀐다.
만약 시궁창에 빠져 있다면,
인생에서 이런 내가 어쩔 수 없이 당해야 하는 좌절이 왔을 때 그냥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하고 그냥있으면 수평이동으로 얼굴만 바꾼 똑같은 좌절이 찾아왔다. 그래서 그 무한 지옥에서 벗어 나려 난리를 쳤던 것이다.
그런데 외국어로 거기서 벗어 날 수 있다면? 그게 어떻게 외국어만으로 가능하냐? 그런데 가능 하다. 나는 딱 이생각만 했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 말이다. 그래서 더 절실하게 믿었다. 영어 공부, 중국어 공부.
러시아어 공부, 프랑스어 공부, 독일어 공부 만이 그 거지 같은 지옥에서 나를 구해 줄 거라고 말이다. 의심이 드는 순간 더 간곡하게 믿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우선 학벌 컴플랙스가 사라졌고, 그리고 어딜 가던 이력서를 내고 면접가면 면접에서는 그냥 다 붙었다. 원래는 알바 면접 볼때 지방대 하나만 달랑 적혀 있어서 개무시를 당했다면 최종 이력서는 면접에서 떨어져 본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