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표현들을 다 내 뱉고 있었더라고요.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없었어요. 기상하자마자 신나는 러시아어로 되어 있는 노래를 틀고 같이 노래부르며 샤워까지 끝내고 거울을 보면서 “오늘도 나는 잘 할거야!” 세번을 외치고는 고이 드라이클리닝 해서 모셔 둔 유니폼을 입었어요.
처음부터 이렇게 의기양양했던 건 아니었어요. 첫 출근 날은 정말 나는 아무것도 가능한 게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떨쳐내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냥 언제 괴물들이 튀어 나올지 모르는 들판에 홀로 서있는 느낌이였어요. 왜냐하면 러시아어배우기 하루 30분이 택도 없어서 다언어를 하루종일 공부를 하다가 취업을 했는데 그게 글쎄 대한항공이였어요.
첫날은 모두다 바보였어요. 한국어도 못했어요. 그렇게 체크인카운터에서 서있는데 승객분이 다가와서 “모닝캄이 되려면 마일리지를 얼마나 모아야하나요?” 순간 제 머릿 속에서는 모든 데이터를 털어냈어요.
“야! 빨리 찾아봐!” 그런데 아무리 제가 러시아어 N개국어 학습법으로 다언어 구사를 해도화면에는 데이터가 없다고 떴어요. 실토를 하고 말았어요. “제가 오늘부터 일을 시작해서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게 당연한건데 괜한 자괴감이 들었어요.
간단한 것도 못하고 오히려 러시아어배우기를 시작은 했지만, 이걸 활용을 못 해서 회사에 피해만 주는것 같아서 마치 월급루팡이 된것 같아 가지지 않아도 되는 죄책감이 들었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급하게 채용이되어면 사단이 발생하기 마련이더라고요.
그때 다들 하는 말들이 있어요. “누가 처음부터 잘해?” 이걸로 위로를 하기도 하지만 저는 달랐어요. 러시아어배우기 하루 30분 가지고는 쓸모가 없어서 딥러닝 하며 아주 톡톡히 배운건 이 말이 발전을 방해한다는 마음이였어요. 아직 단계가 오지 않아 안 배운것이나 못 배운거나 다 이런식으로 생각하는 순간, 이쯤이면 알아야 하는데 저런 생각으로 넘겨버리면 다음에 또 모르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매순간을 임했어요. 무조건 알아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나중에서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게 호텔리어 컨시어지 분들도 심지어 채용이 엄청나게 까다롭다고 소문난 디즈니 직원들도 절대 손님한테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이있더라고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쩐 질문을 받아도 이렇게 말을 하면 큰일난다고 했어요. 즉 러시아어로 승객이 다가와서 질문을 해도 어떻게든 모른다고 등 돌리면 자격이 없어요.
3일째 까지 너무나 힘들었지만, 뒤로는 갈 수 없었어요. 이렇게 무조건 공항을 나가는 날이아닌 쉬는 날에도 공항에가서 1터미널 2터미널을 계속 돌아다녔어요. 그러다가 러시아어가 모국어인 외국인 직원들을 보면 무조건 노어로 말을 걸었어요. 보통은 “쟤 뭐야!”라고 하겠지만 공항맨들은 알더라고요. 공항출입카드가 있으면 무조건 네가 어떤 인종이던 어떤 사람이던 상관 없이 모두가 ‘We are the world’를 부르며 친구였어요.
왜냐하면 그곳 특성상 내가 혼자서 못하는 일들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오고 시간은 촉박한 상황들이 많은데 계속 돌아다니다 보면 서로 마주치고 사람이 해결해 주는 경우들이 정말 많았어요. 게다가 러시아어배우기로 자연스러운 구사를 하니 서로 서로 친해져서 나쁜것은 없었어요. 더해서 만약 아는 사람이 근무하는 항공편을 타면 미리 페이스북 메시지로 이야기 해두면 그날 상황을 봐서 지점장님께 부탁해서 더욱더 편한 여정이 되도록 도와주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날 부터 마당발이 되었어요. “와! 수홍가 이제 게이트 들어가?” 그동안의 업무에 또 새로운게 추가가 되었어요. 익숙한 것만 하다가 새업무가 들어오니 적지않게 당황했지만 어느날 보니 제가 비행기안과 탑승구를 카리스마있게 왔다 갔다 하면서 금방 또 적응을 해서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보안요원들과 농담도하는 여유까지 부리고 있더라고요. 독일공항인데도 참 많았어요.
그러다가 그날은 A380이 너무 늦게 들어왔어요. 이 돼지비행기는 생긴건 너무 귀여운데 핸들링하는 직원들입장에서는 참 손이 많이가더라고요. 캐빈크루분들까지 내리고 청소하시는 분들이 들어왔는데, 탑승 시간을 맞춰야 해서 급해 죽겠는데 모두들 너무 여유롭고 웃으며 농담하시며 청소를 하셨어요. 여기서 저의 러시아어 N개국어 학습법이 빛을 바랬어요. 보통 카자흐스탄이나 터키, 아랍국가에서 온 분들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정중하게 빨리 해달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문화를 저는 너무나도 잘 알았아요. 그렇다고 따지거나 갑질하거나 예의 없으면 정말 큰일 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작전을 바꿔서 러시아어배우기 하루 30분하기로는 불가능한 유쾌모드 실력을 발휘해서 저도 농담을 던지며 빨리 끝내는 신의경지에 올랐어요. 유쾌하게 하고싶은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야 했어요.
“자 여러분! 오늘은 제가 화장실이 급하게 가고 싶은데 조금있으면 탑승이라서 못 가요. 제발 화장실좀 보내주세요”를 슬랭을 조금 섞어가며 러시아어배우기 N개국어 프로젝트 실력 쌓아 두었던 실력들을 총동원해서 유쾌하게 호소를 했더니 세상에 보통 걸리는 시간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끝내주시더라고요. 버릇없는게 아닌 유머와 그렇다고 가볍지 않은 호소가 섞여 서로 맞아 떨어지게 되면서 시너지효과가 붙어 버렸어요.
대학생이 되어서야 늦게 다개국어에 눈을 뜨고 시작은 작았지만 어느덧 N개국어학습법으로 다언어 구사자가 되었다. 내가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