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유교사상 문화권이다. 러시아어 하다보면 그들과 문화가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살짝 문화가 비슷하기도 하다. 경상도와 비슷하다. (우리집이 경상도라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어릴 때 어머니가 할리우드 영화를 너무나 많이 보여주셨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2일에 한번 꼴로 영화 비디오를 빌려 오셨고, 주말에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서양식 마인드가 싹트기 시작을 했는데 이게 나중에 러시아어를 독학으로 내 돌아이 인격성의 자아찾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13살 정도가 되었을 때도 그리고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도 한국 것보다는 미국 영화를 즐겨 봤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돌아이 같은 행동들이 나오는 게 참 많다. 아니면 직설적으로 말을 했다가는 매장 당하는 말들을 그냥 서스름 없이 하는 등 말이다. 러시아어 자아찾기를 하기 전만 하더라도 사회에 적응을 위해 꾹 눌러 담고 있었다.
그러다 대학교 2학년 어쩌면 전공으로 가장 바빠야 할 시기인데 러시아어 독학 뿅 하고 빠졌다. 그냥 순수 러시아어 언어 체계에 빠졌을 뿐이다. 그런데 진행을 하고, 러시아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오히려 진심인 마음으로 나와 잘 맞는다. 예를 들어 걱정하는 남자 러시아 친구가 있으면 러시아어로 “너 모습이 비련의 여주인공 같다” 이런 말을 하면 난리가 날 것 같지만 러시아에서는 이걸 듣는 당사자도 순간 걱정을 잊고 같이 웃는다.
그리고 러시아에 가게 되면 독학으로 열심히 러시아어를 내가 이래서 했나 보다. 하루는 친구들과 같이 러시아 슈퍼마켓을 갔는데 거기서 한 친구가 러시아어로 “이물 알아? 엄청 유명한데 조지아에서..” 내 자아찾기로 자아가 깨어난다. 나는 아무 말 안 한고 “조지아에서 …”까지만 친구가 말했는데 그 물을 들어서 카트에 담아버린다.
그리고 몇 발자국 더 가서 러시아식 요구르트를 가리키며 그 친구가 “이것도 엄청 좋은 요구르..” 바로 주워다가 담아버리고 이 과정이 몇 번 반복이 되자 그 친구가 웃으며 자지러진다. 그래서 내가 왜 그러냐고 하니 “네가 정말 좋다 왜냐하면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사 버리잖아” 내가 말한다. “아니 사고 싶으면 사고 관심 없으면 마는 거지, 생각해 봐 그럼 내가 이 요구르트 하나 붙잡고 여기서 살지 말지 3시간을 고민해야겠니? 사고 싶다면 바로 산다, 아니면 안 산다. 이게 다야!” 이 말을 하자마자 “그래서 네가 좋다!” 란다.
그러자 러시아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며 웃는다. 그러다 그곳에 가면 내 자아가 다시 깨어난다. 이렇게 자아찾기기 되어버린다. 그리고 가장 어려울 수도 있는 러시아어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저녁 메뉴 고르기 시간이 오면 독학으로 포기하지 않고 참 잘했다 싶다. “여기가 역사 깊은 러시아…” . “가자!” 그러면 나보고 궁금하지 않냐고 물어본다. 그럼 나는 이렇게 답하는데 “내가 저녁 메뉴 정하고 식당 안 알아봤잖아? 그런데 네가 그 힘든 과정을 미리 해놨어. 나에게 다른 대안이 없으면 가는 거야” 이러다 또 돌아이 소리를 듣는다. 이게 가끔씩 길거리에서도 이럴 때가 있는데 이럴 때면 지나가던 러시아 사람들이 말을 걸면서 오히려 “이 청년이 말하는 게 맞네!”라고 하면서 호탕하게 같이 웃기도 한다. 나는 러시아가 원래 이런 나라인 줄 알았다.
왜냐하면 러시아어 알파벳부터 차근차근 밟아서 유학을 하는 애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나가거나 같이 줄을 서있는 상태에서 옆에서 귓등으로 들은 남의 말에 맞는다고 맞장구치며 통성명을 하는 일이 없단다. 그래서 더 신기한 것 같다. 오히려 가만히 있다가 욕을 듣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아마도 헐리우드마인드와 유럽마인드 그리고 약간의 중국어가 들어가면서 러시아어 돌아이가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말들을 그냥 한번 말해 봤다가 이게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이것을 그대로 또 다른 독학의 산물로 자리 잡게 되어 버린듯하다.
그래서 내 러시아어는 무언가 목적을 숨기고 있는 이들을 너무 싫어한다. 기면 기고 아니면 말고! 이건데 기승전결까지 가는데 너무 오랜 시간과 짜증을 동반한다. 그런데 이게 러시아어로 진행되는 협상 테이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서로 우위를 정하기 위해 히든카드를 하나씩 숨기고 있다가 저쪽에서 저거 내면 나는 이거 내야지 하면서 음모를 꾸미는 게 역겨움을 자아낸다.
실제로 러시아어 해외영업팀에 있을 때도 나는 뭔가 꼬이거나 살짝 이상하면 콘퍼런스 콜 때려서 담당자랑 “야! 너네 카드 다 까봐 우리 것도 다 까서 보여줄게!” 그러면서 있는 그대로 조율을 하면 정말 빨리 끝나다. 물론 다는 아니겠지만 보통 야 둘 다 까고 합리적으로 빨리 끝내자 식이다. 돌 아이식 방식이다. 난 빨리 퇴근해야 하거든. 처음부터 독학으로 하다 보니 사회에서 어떻게 사람을 봐야 하는지를 바로 실전으로 익혀서 그렇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사귈 때 딱 두 가지를 본다. 순박한가? 혹은 단순한가? 좋은 의미에서의 단순이다. 내가 단순하거든.
대학생이 되어서야 늦게 다개국어에 눈을 뜨고 시작은 작았지만 어느덧 N개국어학습법으로 다언어 구사자가 되었다. 내가 처음…